유럽에서 ‘가장 전기차 친화적인 나라’라고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많은 이들이 독일이나 노르웨이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실상 전기차가 도시와 사회에 가장 잘 녹아든 국가는 바로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는 2025년 기준으로 전기차 보급률, 충전 인프라, 업무용 차량 전환율, 그리고 정책 설계의 정밀성까지 고려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균형 잡힌 전기차 정책’을 운영하는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네덜란드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 도심 진입 제한, 충전 인프라와 기업 전환 정책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전략을 서술형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왜 ‘보조금’ 대신 ‘세금 감면’에 집중했는가?
네덜란드는 전기차 보급 초창기부터 단순히 돈을 주는 방식의 보조금보다는, 세제 감면을 통해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설계해 왔습니다. 이 방식은 시민이 차량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계속해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조였고, 결과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는 법인 차량 중심의 EV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60%가 리스(lease) 또는 업무용 차량이며, 일반적인 개인 구매보다 법인 리스를 통해 차량이 유통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이 점을 활용한 네덜란드 정부는, 법인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차량 관련 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보유세 및 등록세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차량 가격의 22%에 달하는 ‘추가 과세(Bijtelling)’가 발생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해당 세율이 16%로 인하됩니다. 이 감면은 월급에 반영되는 과세 기준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전기차를 선택할수록 실질 월 소득이 증가하는 구조가 됩니다.
또한, 차량 등록 시 부과되는 BPM(Belasting van Personenauto's en Motorrijwielen), 즉 차량 등록세는 내연기관차의 CO₂ 배출량에 따라 수천 유로 이상 부과되지만, 전기차는 이 세금이 전면 면제됩니다. 여기에 매년 납부해야 하는 차량 보유세(MRB) 역시 전기차는 100% 면제되며,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수백 유로의 유지비 절감 효과를 줍니다.
결국 네덜란드는 차량을 구매할 때보다는 소유하고, 유지하고, 업무에 활용하는 전 과정에서 전기차가 훨씬 유리하도록 정책을 설계한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보조금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며,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명확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보조금은 작지만 촘촘하다 — 개인·중고차·법인에 따라 다른 설계
물론 네덜란드도 일정 수준의 현금성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지급 구조가 단순하지 않고 개인, 중고차, 법인차량, 리스차량 등 세분화된 기준에 따라 각각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먼저 개인이 신차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2025년 현재 SEPP(Subsidy Electric Passenger Car for Private Individuals)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2,950유로(약 43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보조금은 차량 가격이 45,000유로 이하인 순수 전기차(EV)에만 적용되며, 신청자는 네덜란드 국적자 혹은 거주 허가를 가진 자로 한정됩니다.
보조금 신청은 차량 구매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조건을 충족하면 약 한 달 내에 본인 계좌로 현금이 입금됩니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청 시점에 따라 조기 마감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매년 상반기에 예산이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사전에 예산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중고차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도 존재합니다.
차량 가격이 22,000유로 이하이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주행거리와 연식을 갖춘 중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2,000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중산층 또는 사회 초년생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실질적으로 ‘전기차를 더 싸게,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인 차량은 현금성 보조금 대신 세제 감면 중심의 혜택이 부여됩니다. 특히, 기업이 직원에게 리스 차량으로 전기차를 제공할 경우, 해당 차량은 과세 기준이 줄어들어 직원이 받는 실수령 월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으며, 탄소세 감면, 고용세 인하 등 부가적인 인센티브도 연계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2025년 현재 네덜란드에서 신규 등록되는 전기차의 절반 이상은 법인 리스 차량입니다.
이처럼 네덜란드는 보조금의 액수보다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의 정밀도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기차 구매자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도시 자체를 바꾸는 전기차 인프라와 정책 설계
네덜란드의 전기차 정책은 단순히 구매 단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차량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과정, 그리고 도심 내에서 활용되는 방식까지 아우르는 전반적인 도시 설계와 정책이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로 에미션 존(Zero Emission Zones, ZEZ) 정책입니다.
2025년 현재,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위트레흐트 등)는 도심 일부 지역에 내연기관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해당 구역 내에서는 전기차 또는 배출가스 제로 차량만이 운행 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한 통행 제한이 아니라, 택배 차량, 렌터카, 택시, 화물 운송차량 등 상업용 차량의 대규모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또한 향후 2030년까지는 도시 내 모든 지역을 ZEZ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도 눈에 띄게 확장 중입니다.
네덜란드는 2025년 기준, 인구 대비 공공 충전소 수에서 유럽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와 도시 주차장, 공공 기관 등 거의 모든 주요 지점에 급속 충전소와 AC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가정용 충전기 설치 시 정부가 50~75%의 비용을 보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단독주택은 물론 공동주택 거주자들도 쉽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기업 대상 정책도 눈에 띕니다. 50인 이상 근로자를 둔 기업은 직원 출퇴근 교통수단에 대한 탄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해 점진적으로 전기차 리스나 자전거 통근 등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이러한 규제와 인센티브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게 만들며, 전기차 문화가 시민 개인이 아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맺음말: ‘돈’이 아니라 ‘방식’으로 유도하는 네덜란드의 진짜 보조금
네덜란드의 전기차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설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단순히 전기차를 팔기 위해 보조금을 대규모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구매, 사용, 유지, 도시 내 운행 전 과정을 고려한 입체적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설계할 것인가’에 더 집중했고, 이는 세금 구조, 도시 정책, 기업 문화, 시민 생활까지 모두 연결되어 전기차를 ‘당연한 선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핵심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보조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보조금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하도록 설계되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네덜란드는 그 해답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