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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디지털 장례 플래너 —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

by haneul1 2025. 6. 16.

디지털화는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으며, 심지어 죽음 이후의 과정마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장례 문화를 포함한 삶의 마무리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장례 플래너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장례 진행자가 아닌, 사람의 생애 마지막을 보다 의미 있고 개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역할, 필요한 역량,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 —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
디지털 장례 플래너 —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

디지털 장례 플래너란 어떤 일을 하는가?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 디지털 기술과 개인 맞춤형 기획 요소를 결합한 장례 서비스를 설계하는 전문가입니다. 기존 장례 절차가 일정한 형식에 따라 획일적으로 진행되었다면,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그 사람의 생애, 가치관, 디지털 흔적까지 반영하여 보다 개인화된 장례식과 추모 방식을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생전의 SNS 활동, 사진, 영상, 이메일, 음성 메시지 등을 수집하여 디지털 추모 앨범을 제작하거나, 메타버스를 활용해 가상 장례식 공간을 만들어 지인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고인이 남긴 데이터의 정리 및 계정 삭제 요청, 디지털 유산 관리, 온라인 추모관 설계 등 디지털 유산 처리까지 관여합니다.

이들은 단지 장례를 진행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 유족의 정서적 안정

. 개인의 생애 가치 반영

. 디지털 자산의 윤리적 정리 까지 고려하여 통합적인 ‘마지막 여정’을 설계합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가속화되었습니다. 비대면 장례식, 온라인 추모관, 실시간 스트리밍 추도사 등 새로운 장례 문화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수요와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가 되려면 필요한 준비는?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장례 문화, 디지털 기술,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결합된 직업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융합되어야 하며, 특히 아래와 같은 역량이 필요합니다.

1) 장례 절차 및 법적 지식
우선적으로, 기본적인 장례 절차(장지 선택, 종교별 의례, 화장 또는 매장 방법 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장례 관련 법률과 윤리적 기준도 숙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언장, 상속, 디지털 유산 법제도(전자정보의 상속 여부 등)와 같은 부분은 실제 서비스 제공 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2)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편집 역량
고인의 생전 자료를 활용해 디지털 추모 콘텐츠(영상, 사진, 음성, 문서 등)를 제작하거나, 메타버스 기반 가상 장례 공간을 구성하는 등의 작업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영상 편집툴(프리미어 프로, 캔바 등), 웹 플랫폼 활용 능력, 가상공간 기획 역량이 필요하며, 최근에는 AR·VR 기술 활용 경험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3) 상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유족과의 상담은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감 능력과 정서적 배려가 필수입니다. 죽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고인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플래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상담심리학, 치유 커뮤니케이션 관련 교육 이수는 실무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4) 디지털 유산 관리 지식
고인의 SNS 계정, 클라우드 저장소, 이메일, 온라인 금융 계좌 등 디지털 자산의 폐쇄나 양도, 또는 보존 여부를 정리하는 일도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역할에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IT와 정보보호 지식, 개인정보 관리 관련 법규 이해가 함께 필요하며, 디지털 상속 플랫폼이나 관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됩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활동 분야와 전망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분명히 빠르게 성장 중인 미래 직업입니다. 특히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종교적 장례관의 변화,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 등이 이 직업의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 장례업계의 디지털 전환
전통 장례업체들도 온라인 추모 서비스, 디지털 추도 공간, 생전 영상 제작 등의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디지털 장례 기획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장례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강한 장례 플래너는 고급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2) 플랫폼 기반의 개인 서비스
해외에서는 “죽음을 설계하는 디지털 큐레이터”라는 개념으로 개인이 생전에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기획하고,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거나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서비스가 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생전 인터뷰, 영상 기록, SNS 자산 정리까지 담당하며, 고인의 의도에 맞는 장례식을 준비하는 조력자가 됩니다.

3) 사회적 가치와 윤리성을 갖춘 직업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단지 기술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 있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직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감과 감정 노동의 균형이 요구됩니다. 기술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이중적 감수성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미래에는 상담심리사나 예술치유 전문가와 협업하는 다학제적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큽니다.

맺음말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바로 이 마지막을 더 의미 있고 따뜻하게 기획하는 사람입니다.

인간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이 직업은 단지 장례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기억의 방식, 추모의 문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고인을 위한 디지털 유산을 존중 있게 남기고, 유족이 감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직업은 앞으로 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서비스형 전문직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감각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동시에 갖춘 분이라면,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아주 특별한 커리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