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2022년부터 전기차 직접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한 국가로, 2025년 현재는 전기차 구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과 인프라 중심 정책, 세금 감면 및 지역 보조금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이 어떻게 보조금 없는 EV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산업과 시민의 반응은 어떠한지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보조금 없는 시대, 대신 세제 감면으로 유도하는 방식
2022년까지 영국 정부는 'Plug-in Car Grant'라는 명칭으로 최대 £1,500(한화 약 25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2022년 6월 이후 이 제도는 폐지되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EV 가격이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더는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현재 영국에서는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시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정부는 세금 정책으로 EV 구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Benefit-in-Kind(BIK) 세제 혜택입니다. EV를 회사차량으로 등록할 경우, BIK율이 단 2%에 불과하여 디젤이나 가솔린 차량 대비 수천 파운드의 세금 절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회사차량의 전기차 전환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체 EV 등록의 70% 이상이 법인 및 리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차량 등록세 면제, 운행세 면제, 런던 혼잡 통행세(Congestion Charge) 면제 등이 적용되며, 이들 혜택이 누적되면 연간 수백만 원의 실질적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매 보조금보다 장기적인 경제 유인책으로 작용하며, 특히 고주행 거리 이용자나 법인차 보유자에게 큰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충전 인프라와 지역 보조금의 확장 전략
영국 정부는 EV 직접 보조금 대신 충전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영국 전역에는 약 90,000개 이상의 공공 EV 충전 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중 약 15%는 초급속 충전기입니다.
특히 'Project Rapid'라는 명칭의 고속충전소 확장 계획을 통해 고속도로(Motorway) 및 주요 A급 도로 주변에 초급속 충전 허브가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습니다. 150kW급 이상의 충전기는 30분 이내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하여, 장거리 운전 시에도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의 자치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EV Access Grant’를 통해 중고 전기차 구입 시 £2,000까지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며, 웨일스는 커뮤니티 충전소 구축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방 자치단체들은 공공 주차장, 관공서, 커뮤니티 센터에 EV 충전 인프라를 적극 배치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충전소 설치 비용을 부분 지원하거나, 주거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공동 충전 허브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도시-농촌 간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 수용성과 EV 문화 확산 노력
보조금이 없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집중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EV에 대한 시민 수용성과 문화 조성입니다. 2025년 현재, 영국은 전국적으로 ‘Go Ultra Low’ 캠페인을 강화하여 EV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유명 인플루언서, 자동차 전문가, 연예인 등을 활용해 SNS와 미디어에 다양한 EV 관련 콘텐츠를 배포합니다.
또한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EV 및 지속가능한 교통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포함시켜, 다음 세대를 위한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 중입니다.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시민 참여형 EV 프로그램입니다. 지방 정부나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EV 카셰어링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EV 접근성을 높이고, 구매 전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런던과 맨체스터에서는 'EV for a week'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민이 일주일간 무료로 전기차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차량, 보험, 충전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체험 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자발적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맺음말: 보조금 없는 전기차 시대, 시스템 설계의 중요성
영국은 더 이상 직접적인 EV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세금 감면, 충전 인프라 확대, 시민 체험 프로그램, 지방 맞춤 보조금 등으로 정책적 빈틈을 정교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인기보다, 장기적인 수요 전환을 위한 구조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 정책과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국식 접근 방식은 EV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기술·경제·사회문화적 요소가 균형을 이루도록 합니다.
앞으로 다른 국가들도 EV 전환을 위해 얼마나 촘촘한 설계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영국은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